무리한 요구하는 HOA에는 당당히 맞서라

▶ 법정 공방 펼쳐 승리한 주택소유주 사례들

새로 지어진 주택 단지 중 ‘주택소유주협회’(HOA)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협회는 단지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공공시설을 관리하고 대신 주택 소유주들에게 비용을 나눠서 받는다. 협회는 흔히 단지 내 조경 시설 관리, 공동 수영장 관리, 가로등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일부 협회는 공공시설 관리란 좋은 목적을 앞세워 까다로운 규칙을 들이대며 주민들의 생활에 일일이 간섭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협회가 주민들을 위해 오히려 없는 편이 나은 불필요한 존재가 된다. 온라인 부동산업체 ‘리얼터 닷컴’이 까다로운 협회에 맞서 싸워 권리를 되찾은 주민들의 사례를 모았다.

■ 보라색이 뭐가 문제인가요

미주리주 리 서밋의 말라 스타우트는 2014년 뒷마당에 어린 자녀들을 위해 멋진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왕이면 자녀들이 뒷마당에서 자주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놀이 기구의 색깔을 자녀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자녀들이 선택한 놀이 기구 색깔은 보라색. 스타우트는 자녀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장면을 상상하며 그네와 놀이 기구를 보라색으로 열심히 칠했다.

얼마되지 않아 주택소유주 협회에서 한 장의 통보가 날아들었다. 보라색 놀이 기구들이 이웃 주민들에게 흉물스럽게 여겨진다는 내용의 통보였다. 더군다나 통보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스타우트 부부를 고소할 수 있다는 협박적인 내용까지 실려 있었다.

부부는 너무 어이가 없어 고민 끝에 협회를 상대로 법정에서 싸우기로 했다.

법원은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협회가 이웃 주민들이 혐오할 만한 색상의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권한을 행사하려면 금지된 색상을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야 한다.

스타우트 부부가 속한 협회의 규정에는 ‘차분한 색상이나 이웃과 부조화를 이루는 색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보라색을 지정해서 금지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 미리 통보만 했어도

플로리다주 탐파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몰아 닥친 2002년이었다. 사상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탓에 주민 에드 시몬스의 앞마당 잔디는 관리를 한다고 했지만 보기 흉하게 다 죽고 말았다. 얼마 있다가 협회측에서 조경 업체를 보내 와 다 말라서 죽어버린 시몬스의 앞마당 잔디를 싱싱한 새 잔디로 싹 다 갈아줬다. ‘이렇게 고마운 협회도 있다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던중 난데없이 잔디 교체 비용으로 약 2,212달러를 내라는 협회의 통보가 곧장 전달됐다.

시몬스는 잔디 교체 비용을 내는 것을 거부했고 결국 협회와 시몬스는 법정에서 만나야 했다. 양측이 양보없이 자신의 뜻만 내세우다가 지루한 법정 싸움은 무려 11년간이나 이어졌다. 법원은 결국 시몬스의 승소 판결을 내렸고 협회는 시몬스에게 대부분 소송비인 약 8만5,000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승소판결에도 불구하소 시몬스 역시 승자는 아니었다. 법정 공방을 지속하는 동안 변호사비로 무려 22만달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협회는 주민을 위해 실시한 수리나 공사비를 주민에게 부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협회가 주민에게 아무 통보도 없이 자체적으로 공사를 실시하고 주민의 동의 없이 비용을 청구했기 때문에 패소한 사례다. 해당 주민에게 죽은 잔디를 보수하라고 사전 서면 통보를 했더라면 주민이 더 저렴한 비용에 직접 잔디 수리에 나설 수도 있었다는 것이 법원측의 설명이다.

■ 감히 ‘공정주택거래법’를 건드리다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두 자녀를 위해 찰스, 멜라니 홀리스 부부는 선룸 증축이 절실했다. 뒷마당 공간을 활용해 선룸을 들여 아이들의 가내 치료를 실시해야했기 때문이다. 테네시주 프랭클린에 거주하는 부부는 2011년 선룸 증축을 결심하고 우선 도면을 협회측에 보내 승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협회측은 자꾸 추가 서류를 요구하면서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부부는 협회측의 지연 행위가 승인을 거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협회측은 소송에서 져 부부에게 약 15만6,000달러의 지급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협회측은 증축 등 주택 개량 공사를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장애를 지닌 주민에게 의료 목적으로 필요한 공사의 경우에는 다르다.

‘주택공정거래법’(Fair Housing Act)에 따르면 협회가 장애 주민을 위한 개조 공사를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협회의 행위가 주택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간주돼 결국 부부에게 거액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

■ 우편함이 500달러라고? 돈 못내!

메릴랜드주 보위에 거주하는 키스 스트롱은 얼마전 집 앞 낡은 우편함을 새것으로 교체하는데 약 35달러를 썼다. 스트롱이 거주하는 단지에는 스트롱의 우편함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우편함도 교체가 시급할 정도로 낡아있었다. 때마침 협회에서도 단지 미관을 해칠 것을 우려해 주민들의 우편함을 전부 교체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주민들에게 동일한 우편함으로 교체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통보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교체 비용은 무려 약 500달러였다. 35달러에 교체한 우편함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스트롱은 500달러짜리 우편함으로 교체를 거부했다. 결국 협회는 우편함을 교체할 때까지 하루에 100달러씩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강하게 나왔고 이런 협회를 상대로 스트롱은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스트롱은 협회의 부당성과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해 달라는 의미에서 협회가 자신에게 1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역시 7년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끝에 스트롱이 승리했지만 그간 쌓인 변호사 비용만 3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단지내 우편함 교체 비용으로 턱없이 높은 금액을 청구한 HOA도 주택소유주와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준 최 객원기자>

한국일보 5월 18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