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행정명령’ 주택시장에도 영향

고소득 이민자 많은 샌프란시스코 등 술렁
외국 출신 IT기업 종사자들 많아
심리적인 불안으로 구입 연기도
전문직 비자 발급 제한도 고용 낮춰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해 북가주 베이지역의 고급 주택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중동계 출신의 한 이민자 부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집을 보러 다녔다.
이 부부는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200만달러 대의 단독주택을 찾고 있었다. 1월 말에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 오퍼를 썼으나 일주일 후 카운터 오퍼를 주고 받다가 구입을 포기했다. 지난 1월27일에 발표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해 자신들의 신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집사는 것을 미루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다른 인도계 바이어도 최근에 주택 구입을 취소했다. 가주에서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던 샌프란시스코 주택시장이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시장 중의 하나다. 높은 연봉을 받는 바이어들이 몰리면서 단독주택 중간가격이 지난해 110만달러를 넘었다. 주택구입 뿐만 아니라 1베드 아파트에 3000달러가 넘는 비싼 렌트 시장에도 기술직 이민자들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럭셔리 콘도와 단독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이유는 바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하이텍 기술자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IT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 주택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직후 바로 이슬람 7개 국가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택시장이 조금씩 요동을 치고 있다. 이 지역 에이전트들은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월 말 이후부터 잠재 바이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에는 고연봉 이민자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이슬람 출신 바이어들이 정말로 지금 집을 사도 되는 것이냐고 물어보면서 선뜻 주택 구입을 결정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딜란 헌터 부동산 에이전트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아직까지는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해 이슬람권 국가 출신 뿐만 아니라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도 주택 구입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카렌 양 에이전트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 명령이 어쩌면 베이지역의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녀는 "만약 H-1B비자(해외의 전문 기술자들에게 발급해주는 비자)가 취소 된다면 이들 비자를 소지한 IT 기업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주택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융자 전문가들은 H-1B비자 소지자는 원칙적으로 소셜 넘버를 갖고 있으며, 미국에서 1년 이상 거주했다면 모기지 융자를 받는데 시민권자와 별 차이 없이 융자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모기지 융자가 아니라 잠시 모국을 방문하러 출국했다가 재입국을 못하게 될까봐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지역에 소재한 유명 IT기업들의 외국 출신 이민자 고용 비율은 높은 편이다. 한 예로 페이스북의 경우 약 15%가 취업 비자를 소지한 이민자들이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최근 해외를 여행중인 직원들중 반이민 행정명령에 해당되는 직원이 100여명 된다며 이들의 즉각 귀국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외 다른 기업들도 인도나 중동계 출신 기술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97개 IT기업들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남가주는 베이지역에 비해서 IT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몇년 전 부터 샌타모니카 남쪽에 위치한 베니스비치에 구글이 들어서면서 관련 IT기업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 한인및 중국계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어바인에도 크고 작은 IT기업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LA의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관련 소송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외국계 이민자들의 주택 구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도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박원득 객원기자

미주 중앙일보 2017-02-15 (수)